극장판 최초의 실패작
명탐정 코난 8번째 극장판 ‘은빛날개의 마술사’는 그 동안 흥행에서 상승세를 타던 코난 극장판 시리즈 중(올해 개봉한 9기는 제외하고) 전작대비 흥행 드랍률이 가장 큰 작품이다. (그 드랍율도 다른 애니 극장판과 비교하면 별로 큰 드롭율이 아니지만) 이런 흥행드롭은 어찌보면 시리즈의 장기화에 따른 현상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단 이번 작품의 퀄리티가 코난 극장판으로서 실망스러웠다는 점이 더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감독이 바뀌어서인가? 이번 극장판은 전작들(특히 퀄리티가 안정되게 잡히기 시작한 3기 이후의 작품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가 없다.
세기말의 마술사 VS 은빛날개의 마술사
이번 ‘은빛날개의 마술사’는 3기 ‘세기말의 마술사’에 등장했던 원작의 인기 캐릭터인 괴도 키드를 다시 한 번 메인 조연으로 등장시킨다. 그래서인지 ‘은빛날개의 마술사’는 ‘세기말의 마술사’와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취한다. 3단계 형태의 이야기 구조( 전반 - 괴도와의 대결, 중반 - 살인, 후반 - 보물찾기 )를 취했던 ‘세기말의 마술사’처럼 ‘은빛날개의 마술사’도 <전반 - 괴도와의 대결, 중반 - 살인, 후반 - 재난극>의 3단계 이야기 구조를 보인다. 하지만 ‘메모리얼 에그’와 ‘스콜피온’이라는 공통된 키워드와 탄탄한 스토리 전개로 성격이 다른 각 이야기들을 매끄럽게 연결해낸 ‘세기말의 마술사’와 달리 ‘은빛날개의 마술사’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공통된 키워드 없이 전혀 따로 놀고 있고 그만큼 이야기의 흡입력을 약화시킨다.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 VS 은빛날개의 마술사
‘은빛날개의 마술사’가 후반부에 펼치는 비행기 재난극은 후반부에 타워링을 연상케하는 재난극을 펼쳐보였던 5기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박진감 넘치던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의 후반 재난극과 달리 이번 작품의 재난극이 주는 재미는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에 미치지 못한다. 추리극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면서 재난극과 추리극을 동시에 전개시키며 긴박감 있는 전개와 추리극을 통한 긴장감 이완을 적절히 이끌어낸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와는 달리 ‘은빛날개의 마술사’는 추리극을 일찍 접고 재난극에만 집중해 그만큼 긴박감이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5기의 재난극이 만화적 상상력을 적절히 잘 활용해 신선한 느낌을 줬던 반면 이번 작품의 재난극은 다소 상투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그나마 ‘은빛날개의 마술사’에서 좋았던 점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비주얼의 발전과 많은 수의 캐릭터들을 적절히 잘 통제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캐릭터의 활약이 돋보이는 초반 코난과 괴도 키드의 대결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제법 흥미를 준다. 그러나 연관성이 약한 이야기 전개와 추리극을 일찍 접음으로 영화는 후반부에 들어서서 흥미가 떨어지고 만다.
'은빛날개의 마술사'는 코난 극장판이 추리극과 액션극이라는 두 이야기의 혼합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코난 극장판 시리즈의 필수적인 사명이자 매력임을 반증하며 실망감을 남긴 작품이다.
cf. 2번째 극장판 ‘14번째 표적’도 필자가 코난 극장판 중 성공적이지 못한 평작이라 평했지만 그래도 그 작품이 나름대로의 활로모색을 시도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꼭 실패만이라고 까진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동안 코난 극장판이 보여준 추리와 액션 혼합의 묘미를 잘 구현해내지 못한 ‘은빛날개의 마술사’의 퀄리티는 실패적이라 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그럼으로 7점은..||8